퇴직연금 DB·DC·IRP 완전 비교 — 임금상승률 3%면 어느 쪽이 유리한가
퇴직연금은 DB(확정급여형)·DC(확정기여형)·IRP(개인형) 세 가지로 나뉘지만, 선택 기준은 하나로 압축됩니다. 내 임금상승률이 내가 굴려서 낼 수 있는 운용수익률보다 높으면 DB, 낮으면 DC가 유리합니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퇴직할 때 돈은 IRP로 들어오고, 그 IRP를 일시금으로 깰지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을지에 따라 세금이 30~40% 달라집니다. 이 글은 계산 공식보다 “어떤 유형을 고르고, 받은 뒤 어떻게 관리할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세 가지 유형, 돈은 어디에 쌓이고 누가 굴리나
| 구분 | DB (확정급여형) | DC (확정기여형) | IRP (개인형) |
|---|---|---|---|
| 퇴직급여 결정 방식 | 퇴직 시 30일분 평균임금 × 근속연수로 미리 확정 | 회사 납입금 + 운용 결과 | 이전받은 퇴직급여 + 본인 납입금 + 운용 결과 |
| 회사 부담 | 확정된 급여를 지급할 책임 | 매년 연 임금총액의 1/12 이상 납입 | 없음 (근로자 개인 계좌) |
| 운용 주체·손익 귀속 | 회사 | 근로자 | 근로자 |
| 퇴직급여 규모를 좌우하는 변수 | 퇴직 직전 임금 수준 | 매년 납입액과 수익률 | 수익률, 추가 납입 |
| 잘 맞는 사람 | 장기근속, 호봉제, 임금상승 가팔라짐 | 이직 잦음, 임금 정체, 직접 운용 의지 | 모든 퇴직자 (퇴직급여 수령 계좌) |
DB는 퇴직금 제도와 계산 결과가 같습니다.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하므로 마지막 월급이 높을수록 퇴직급여가 커집니다.
DC는 회사가 매년 그 해 임금의 1/12 이상을 근로자 명의 계좌에 넣고 끝입니다. 이후 그 돈이 얼마로 불어나는지는 근로자가 고른 상품에 달려 있습니다. 퇴직 직전 월급이 얼마든 이미 납입된 과거 금액은 바뀌지 않습니다.
IRP는 근로자가 직접 만드는 계좌로, 퇴직급여가 들어오는 통로이자 추가 납입으로 세액공제를 받는 절세 계좌를 겸합니다.
DB가 유리한 사람, DC가 유리한 사람
핵심은 두 수익률의 비교입니다.
임금상승률 > 운용수익률 → DB 유리 / 임금상승률 < 운용수익률 → DC 유리
DB에서 근로자의 퇴직급여는 사실상 “임금상승률로 복리 운용”된 것과 같습니다. 10년 전에 쌓인 1년치 퇴직급여도 퇴직 시점의 임금으로 다시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DC는 그 해 넣은 돈이 그 해부터 시장 수익률로 굴러갑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경우 DB가 유리합니다.
- 호봉제·연공서열형 임금체계라서 매년 임금이 꾸준히 오르는 경우
- 승진을 앞두고 있어 퇴직 전 임금이 크게 뛸 가능성이 있는 경우
- 운용에 신경 쓸 시간이 없고 원금 손실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경우
반대로 DC가 유리한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임금이 정체되어 있거나 임금피크제를 앞둔 경우 (DB는 피크 이후 낮아진 임금으로 계산될 수 있음)
- 이직이 잦아 한 회사에서 장기근속으로 임금을 키울 가능성이 낮은 경우
- 연 3~5% 이상 수익률을 목표로 직접 운용할 의지가 있는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을 앞둔 근로자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DB형은 퇴직 시점의 평균임금으로 계산되므로 피크제로 임금이 깎이면 그동안 쌓아온 퇴직급여도 같이 줄어듭니다. 이 경우 피크제 진입 전에 DB→DC 전환이 가능한지 회사 규약을 확인해 보세요. 전환하면 그 시점까지의 급여를 DC로 옮겨 이후 임금 하락의 영향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계산 예시: 월급 300만원, 10년 근속, 임금상승률 3%
첫해 월급 300만원, 매년 3% 인상, 10년 근속 후 퇴직한다고 가정합니다. 계산을 단순하게 하기 위해 평균임금 30일분을 월급과 같다고 보고, DC는 매년 말 그 해 월급만큼(연 임금총액의 1/12) 납입하며 연 복리로 굴린다고 가정합니다.
DB형
- 10년차 월급: 3,000,000 × 1.03⁹ = 3,914,319원
- 퇴직급여: 3,914,319 × 10년 = 39,143,190원
DC형
- 10년간 납입 원금 합계: 3,000,000 × (1 + 1.03 + 1.03² + … + 1.03⁹) = 34,391,638원
- 여기에 운용수익률을 적용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DC 운용수익률 (연) | 10년 후 적립금 | DB(39,143,190원) 대비 |
|---|---|---|
| 0% (현금 보관) | 34,391,638원 | −4,751,552원 |
| 2% (예금 수준) | 37,476,588원 | −1,666,602원 |
| 3% (임금상승률과 동일) | 39,143,190원 | 동일 |
| 5% | 42,746,737원 | +3,603,547원 |
운용수익률이 임금상승률과 정확히 같으면 두 유형의 결과는 일치합니다. 원리금보장형 예금에만 넣어 2%에 그치면 DB보다 166만원 손해, 5%를 내면 360만원 이득입니다. 결국 “내가 3%를 꾸준히 넘길 수 있는가”가 질문의 전부입니다. 실제 임금 인상률은 회사 급여명세서 몇 년치를 비교하면 알 수 있고, 퇴직급여 규모 자체는 퇴직금 계산기로 먼저 잡아 두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DC라면 매년 확인: 납입액이 연 임금총액의 1/12 이상인가
DC형 회사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매년 근로자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납입해야 합니다. 이 “임금총액”에는 기본급만이 아니라 연장·야간·휴일수당, 정기 상여금, 연차수당 등 임금에 해당하는 항목이 모두 들어갑니다. 기본급 기준으로만 넣는 회사가 있으니 반드시 검산하세요.
확인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연간 임금총액 파악 — 원천징수영수증의 총급여(비과세 제외 금액)가 아니라 급여명세서상 임금 항목의 연간 합계를 씁니다. 비과세 식대라도 임금이면 포함됩니다. 세전 월급 구성이 헷갈리면 연봉 실수령액 계산기에서 세전 총액을 먼저 확인하세요.
- 1/12 계산 — 예: 기본급 3,600만원 + 연장수당 360만원 + 상여 240만원 = 4,200만원이면 최소 납입액은 4,200만 ÷ 12 = 3,500,000원. 기본급만 기준으로 하면 300만원밖에 안 들어오므로 50만원이 빠집니다.
- 계좌 납입 내역 대조 — 퇴직연금 사업자(은행·증권사) 앱에서 “사용자 부담금” 항목의 연간 합계를 확인합니다.
- 부족하면 서면으로 요구 — 차액 납입을 요청하고, 응하지 않으면 고용노동부에 진정할 수 있습니다. 납입이 늦어진 기간에는 법정 지연이자가 붙습니다.
퇴직할 때는 그 해 근무 기간에 해당하는 납입금을 회사가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넣어야 합니다. 마지막 해 분이 빠진 채 IRP로 넘어오는 사례가 흔하니 퇴직 직후 계좌를 꼭 확인하세요.
DC 계좌에는 근로자 본인도 추가로 납입할 수 있고, 이 금액은 뒤에서 설명할 세액공제 한도(연 900만원, 연금저축 합산)에 포함됩니다.
퇴직금이 IRP로 들어오는 이유: 55세 미만 의무 이전
2022년 4월부터 퇴직급여는 원칙적으로 근로자 명의 IRP 계좌로 이전됩니다. 현금으로 바로 받을 수 있는 예외는 55세 이후 퇴직, 퇴직급여 300만원 이하 등 법령이 정한 경우뿐입니다.
이 제도의 목적은 과세이연입니다. IRP로 들어오는 시점에는 퇴직소득세를 떼지 않고, 근로자가 실제로 돈을 인출할 때 과세합니다. 세금으로 나갈 몫까지 계좌 안에서 운용할 수 있고, 연금으로 받으면 아래에서 설명하는 감면까지 받습니다.
퇴직 전 준비물은 회사에 알려줄 IRP 계좌번호 하나뿐이며, 기존 IRP가 있으면 그 계좌를 쓰면 됩니다.
일시금 vs 연금: 퇴직소득세 30%·40% 감면의 실제 효과
IRP에 들어온 퇴직급여를 어떻게 꺼내느냐에 따라 세금이 달라집니다.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 퇴직소득세의 70%만 납부 (30% 감면, 연금수령 10년차까지) 연금수령 11년차부터: 퇴직소득세의 60%만 납부 (40% 감면) 일시금 인출: 퇴직소득세 100% 납부
| 인출 방식 | 퇴직급여 원금 (퇴직소득) | 세액공제 받은 납입금 + 운용수익 |
|---|---|---|
| 55세 이후 연금, 1~10년차 | 퇴직소득세 × 70% | 연금소득세 5.5% (55 |
| 55세 이후 연금, 11년차 이후 | 퇴직소득세 × 60% | 위와 동일 |
| 일시금·중도해지 | 퇴직소득세 × 100% | 기타소득세 16.5% |
예를 들어 퇴직급여에 대한 퇴직소득세가 300만원으로 계산됐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일시금으로 찾으면 300만원을 그대로 냅니다. 20년에 걸쳐 연금으로 받으면 앞의 10년에 해당하는 150만원은 70%인 105만원, 뒤의 10년분 150만원은 60%인 90만원만 내서 총 195만원이 됩니다. 105만원을 아끼는 셈입니다.
연금 수령은 55세 이상이어야 시작할 수 있으며, 퇴직급여가 들어 있는 IRP는 별도의 가입기간 요건 없이 55세가 되면 개시할 수 있습니다. 연 1,500만원을 넘는 사적연금 수령액은 종합과세 대상이 되거나 16.5% 분리과세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 한도는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금과 운용수익에만 적용되고 퇴직급여 원금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퇴직급여가 크더라도 연금 수령 자체가 종합과세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IRP 세액공제 900만원, 실제로 얼마나 돌려받나
IRP에 본인 돈을 넣으면 연말정산에서 세액공제를 받습니다. 한도는 IRP 단독으로 연 900만원, 연금저축과 합산해도 900만원입니다(연금저축 단독 한도는 600만원).
| 총급여 | 세액공제율 (지방소득세 포함) | 900만원 납입 시 환급액 |
|---|---|---|
| 5,500만원 이하 | 16.5% | 1,485,000원 |
| 5,500만원 초과 | 13.2% | 1,188,000원 |
연말에 몰아서 넣어도 공제율은 같지만, IRP는 인출이 제한되므로 당장 쓸 돈까지 넣으면 안 됩니다. 중도인출이 비교적 자유로운 연금저축 600만원 + IRP 300만원으로 나누는 것도 방법입니다.
중도 해지하면 잃는 것
IRP를 55세 전에 해지하거나 법정 사유 없이 인출하면 세 가지 손실이 한꺼번에 발생합니다.
- 세액공제 받은 납입금 + 운용수익에 기타소득세 16.5% — 매년 900만원씩 5년간 넣어 4,500만원을 세액공제 받고 운용수익 500만원이 났다면, 5,000만원 × 16.5% = 8,250,000원을 뗍니다. 5년간 돌려받은 세액공제는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기준 1,485,000 × 5 = 7,425,000원이므로, 받은 혜택보다 82만원을 더 내는 결과가 됩니다.
- 퇴직급여 원금에 퇴직소득세 100% — 과세이연됐던 세금을 감면 없이 전부 냅니다.
- 복리 운용 기회 상실 — 세금으로 빠져나간 만큼 이후 수익도 사라집니다.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전세보증금, 6개월 이상 요양, 파산·개인회생, 천재지변 등 법정 사유에 해당하면 해지하지 않고 일부 인출이 가능합니다. 급한 돈이 필요하다면 해지 전에 사유 해당 여부부터 금융회사에 확인하세요.
퇴직 후 IRP 계좌 관리 체크리스트
- 퇴직급여 입금액 대조 — 회사가 통보한 퇴직급여액과 IRP 입금액이 같은지, DC라면 마지막 해 납입분이 포함됐는지 확인합니다.
- 수수료 비교 — IRP는 운용관리수수료·자산관리수수료가 매년 빠져나갑니다. 금융회사별로 차이가 크고, 퇴직급여 이전분에 수수료를 면제하는 곳도 있습니다. 계좌 이전은 해지 없이 가능합니다.
-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 지정 — 상품을 고르지 않고 방치하면 지정해 둔 디폴트옵션으로 자동 운용됩니다. 지정이 없으면 대기성 자금으로 남아 수익이 거의 나지 않으니 최소한 디폴트옵션은 골라 두세요.
- 이직 시 합치기 — 새 회사에서 다시 퇴직급여를 받으면 같은 IRP로 받을 수 있습니다. 계좌를 여러 개 흩어 두면 수수료만 늘어납니다.
- 55세 이후 연금 개시 신청 — 자동으로 시작되지 않습니다. 개시 시점, 수령 기간(10년·20년 등), 수령 주기를 직접 신청해야 하며, 11년차부터 감면이 커지므로 10년 초과 수령을 기본으로 설계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 연금수령 한도 확인 — 개시 초기에는 연차별 수령 한도가 있어 초과분은 일시금으로 과세됩니다. 금융회사가 안내하는 연간 한도 안에서 받으세요.
근거 법령: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조(정의), 제9조(퇴직금 지급 및 개인형퇴직연금제도 이전), 제20조(확정기여형 부담금 수준), 제24조(개인형퇴직연금제도의 설정), 소득세법 제59조의3(연금계좌세액공제) 및 연금소득 원천징수 규정. 세율·한도는 2026년 기준이며 이후 세법 개정 시 달라질 수 있습니다. 퇴직급여 미납·지연은 고용노동부(국번 없이 1350), 세금은 국세청(126), 금융회사 분쟁은 금융감독원(1332)에 문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