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 필수 항목 5가지 체크리스트 — 포괄임금제·13분할·수습 90% 확인법
근로계약서는 “회사가 주는 서류”가 아니라 회사가 근로자에게 반드시 써서 건네야 하는 법정 문서입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는 임금·소정근로시간·휴일·연차유급휴가·취업장소와 업무 다섯 가지를 서면으로 명시해 교부하도록 정하고, 어기면 500만원 이하 벌금입니다. 문제는 계약서가 있어도 그 안의 숫자 하나로 연봉의 한 달치, 연장수당 수십만원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서명하기 전에 어디를 봐야 하는지 항목별로 짚어 보겠습니다.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5가지와 없으면 생기는 일
| 필수 항목 | 계약서에 있어야 할 내용 | 빠졌을 때 흔한 분쟁 |
|---|---|---|
| 임금 | 구성항목(기본급·수당), 계산방법, 지급방법·지급일 | “연봉에 다 포함”이라며 수당 미지급 |
| 소정근로시간 | 1일·1주 근로시간, 시업·종업 시각, 휴게시간 | 연장근로 기준선이 없어 수당 산정 불가 |
| 휴일 | 주휴일 요일, 공휴일 적용 여부 | 주휴수당 누락 |
| 연차유급휴가 | 근로기준법 제60조에 따른다는 명시 | 연차를 안 주거나 수당 미정산 |
| 취업장소·업무 | 근무지, 담당 업무 | 일방적 전보·업무 변경 |
이 다섯 가지는 정규직·계약직·아르바이트·수습 모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기간제·단시간 근로자는 여기에 계약기간, 근로일과 근로일별 근로시간까지 서면으로 정해야 하고(기간제법 제17조), 위반 시 별도로 과태료가 붙습니다. “알바라서 계약서는 안 쓴다”, “수습 끝나면 써 준다”는 말은 모두 법 위반입니다.
계약서는 근로를 시작하기 전 또는 시작과 동시에 2부를 작성해 1부를 근로자가 갖습니다. 이메일이나 전자서명 시스템으로 받는 것도 서면 교부로 인정되므로, 종이가 없더라도 파일을 꼭 보관해 두세요. 임금·근로시간 등 중요 조건이 바뀌면 그때마다 다시 써야 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도 예외가 아니며, 회사는 근로계약 관련 서류를 3년간 보존해야 합니다.
예시 계약서로 보는 확인 포인트
아래는 연봉 3,600만원 사무직 계약서를 항목별로 뜯어본 것입니다. 오른쪽 열이 서명 전에 물어봐야 할 질문입니다.
| 항목 | 예시 기재 | 확인할 것 |
|---|---|---|
| 계약기간 | 2026.9.1 ~ 기간의 정함 없음 | 기간제라면 종료일, 갱신 조건 |
| 근무장소·업무 | 서울 본사 / 마케팅 | “회사가 정하는 곳” 같은 포괄 문구 여부 |
| 소정근로시간 | 09:00 |
휴게시간이 근로시간에서 빠졌는지 |
| 주휴일 | 매주 일요일(유급) | 주휴일이 명시됐는지 |
| 연봉 | 36,000,000원(퇴직금 별도) | 12분할인지 13분할인지 |
| 기본급 | 월 2,508,000원 | 최저임금(2,156,880원) 이상인지 |
| 고정연장수당 | 월 360,000원(월 20시간분) | 시간 수가 적혀 있는지 |
| 식대 | 월 200,000원(비과세) | 통상임금 포함 여부 |
| 수습 | 3개월, 급여 100% | 감액이 있다면 조건을 갖췄는지 |
| 연차 | 근로기준법 제60조에 따름 | 별도 제한 문구가 없는지 |
이 예시의 월 지급 총액은 2,508,000 + 360,000 + 200,000 = 3,068,000원이고, 12개월이면 36,816,000원으로 연봉 3,600만원을 조금 넘습니다. 실제 계약서에서는 이렇게 항목 합계가 연봉과 맞아떨어지는지 먼저 검산해 보세요. 합계가 연봉보다 작다면 어딘가에 “성과급”이나 “퇴직금”이 숨어 있다는 뜻입니다.
연봉에 퇴직금이 들어 있다면: 13분할의 함정
“연봉 3,600만원(퇴직금 포함)“이라고 적힌 계약서는 실제 월급이 3,600만원 ÷ 13 = 2,769,230원입니다. 12분할 300만원보다 매달 230,770원 적고, 나머지 한 달치를 퇴직금 명목으로 따로 쌓아 두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알아 둘 것은 매달 월급에 퇴직금을 섞어 지급하는 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입니다. 퇴직금은 퇴직해야 발생하는 돈이므로 재직 중에 미리 줄 수 없고, 퇴직 시 다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판례는 회사가 “퇴직금 명목”으로 이미 준 돈이 명확히 구분된다면 부당이득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근로자가 이중으로 받는 결과가 되지는 않습니다. 결국 13분할 계약은 근로자에게 이득이 없고 월 실수령액만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계약서에 “퇴직금 포함”이 있다면 12분할로 바꾸고 퇴직금은 별도 적립(또는 DC형 퇴직연금 납입)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맞습니다. 예상 퇴직금이 얼마인지는 퇴직금 계산기에서 확인할 수 있고, 지급기한·중간정산 규정은 퇴직금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같은 맥락에서 연봉 안에 연차수당을 미리 포함시키는 계약도 자주 보입니다. 연차는 쓰는 것이 원칙이고 수당은 못 쓴 날에 대해 사후에 지급하는 것이므로, “연차수당 포함”을 이유로 연차 사용을 막거나 미사용 수당을 안 주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수습 90% 감액, 아무 계약에나 넣을 수 없습니다
수습 3개월 동안 급여를 90%로 깎는 조항은 흔하지만, 최저임금법이 허용하는 감액은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 근로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일 것(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 포함)
- 수습 시작일부터 3개월 이내일 것
- 단순노무직이 아닐 것(배달, 청소, 경비, 주방보조 등 한국표준직업분류 대분류 9는 감액 불가)
즉 6개월 계약직이나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수습이라도 최저임금 100%를 받아야 합니다. 조건을 갖춘 경우에도 감액 한도는 최저임금의 90%(시급 9,288원, 월 1,941,192원)이지, “연봉의 90%“가 아닙니다. 최저임금 월 환산의 근거인 209시간 계산은 2026년 최저임금 가이드에 정리돼 있습니다. 연봉 3,600만원 사무직의 수습 급여를 90%로 정하는 것 자체는 당사자 합의로 가능하지만, 그 결과가 최저임금 90% 아래로 내려가면 위반입니다. 수습 기간도 근속에 포함되므로 퇴직금·연차 계산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포괄임금제: “연장수당 포함”의 의미와 한계
포괄임금제는 법에 있는 제도가 아니라 실무 관행입니다. 매달 발생할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미리 정해 월급에 얹어 주는 방식으로, 법원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거나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는 경우에 한해 유효하다고 봅니다. 계약서에서 확인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고정 연장근로 시간이 숫자로 적혀 있는가. “연장수당 포함 월 300만원”처럼 시간이 없으면 몇 시간분인지 알 수 없어 분쟁이 됩니다. 시간이 없다면 기본급을 209시간으로 나눈 통상시급으로 역산해 시간을 따져야 합니다.
둘째, 약정 시간을 넘긴 근로는 별도로 청구할 수 있는가. 답은 “그렇다”입니다. 포괄임금제라도 약정한 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에는 추가 수당을 줘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추가 청구액 = (실제 연장시간 − 약정 연장시간) × 통상시급 × 1.5
예시: 기본급 2,508,000원, 고정연장수당 360,000원(월 20시간), 실제 연장 32시간
- 통상시급: 2,508,000 ÷ 209 = 12,000원
- 고정연장수당 검산: 12,000 × 1.5 × 20시간 = 360,000원 (계약서와 일치)
- 초과 연장시간: 32 − 20 = 12시간
- 추가 청구액: 12시간 × 12,000 × 1.5 = 216,000원
이 계산이 가능하려면 출퇴근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회사 시스템이 없다면 교통카드 내역, 사내 메신저 접속 기록, 업무 메일 발송 시각이라도 모아 두세요.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연장·야간·휴일 가산율(각 50%)이 적용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가산 없이 시급만 계산한다는 차이도 기억해야 합니다.
반대로 포괄임금이 최저임금을 깎는 도구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월 230만원(연장 30시간 포함)“이라면 이 돈을 209시간 + 30시간 × 1.5 = 254시간으로 나눈 시급은 9,055원으로 최저임금 10,320원에 미달합니다. 포괄 금액이 커 보여도 시간으로 나눠 보면 위반인 경우가 있으니, 계약서의 총액을 시간으로 환산해 보세요.
계약서에 있어도 무효인 조항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몇 가지 약정을 아예 금지합니다. 계약서에 적혀 있고 서명했더라도 효력이 없습니다.
- 위약금·손해배상액 예정 금지: “1년 안에 퇴사하면 300만원 배상”, “교육비 전액 반환” 같은 조항은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으로 무효입니다. 실제 손해가 발생했을 때 그 금액을 입증해 청구하는 것과는 별개입니다.
- 전차금 상계 금지: 회사가 빌려준 돈을 월급에서 일방적으로 빼는 약정은 금지됩니다.
- 강제 저축 금지: 월급 일부를 회사가 지정한 계좌에 강제로 적립하게 하는 약정도 무효입니다.
- 법정 기준 미달 조건: 최저임금 미달, 주휴일 미부여, 5인 이상 사업장의 연차 제한 등 근로기준법보다 못한 조건은 그 부분만 무효가 되고 법 기준으로 대체됩니다.
계약서에 적힌 조건과 실제 근로조건이 다르다면 근로자는 그 이유로 즉시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손해가 있다면 배상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19조). 이 경우 자발적 퇴사가 아니므로 실업급여 수급 사유에도 해당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주의할 것은 프리랜서(용역) 계약으로 위장한 근로계약입니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회사 지시를 받아 일하는데 계약서 제목이 “용역계약”이고 급여에서 3.3% 사업소득세만 뗀다면, 실질은 근로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4대보험·퇴직금·연차를 모두 놓치게 되므로 계약 형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서 없이 일했다면: 입증 자료를 모으세요
계약서를 안 썼다고 근로관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일하고 임금을 받았다면 구두 계약이라도 근로계약은 성립합니다. 다만 조건을 증명할 서류가 없으니 다음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 임금명세서: 2021년 11월부터 모든 사업장은 임금 지급 때마다 명세서를 교부해야 합니다(5인 미만 포함). 명세서의 기본급·수당·근로시간 항목이 곧 계약 조건의 증거입니다.
- 급여 이체 내역: 통장에 찍힌 금액과 날짜로 임금 수준과 지급일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 출퇴근 기록: 근태 앱, 매장 POS 로그인, 교통카드, 메신저 대화가 근로시간의 근거가 됩니다.
- 채용 공고·문자·카톡: “시급 11,000원, 주 5일” 같은 문구가 남아 있으면 계약 내용을 뒷받침합니다.
이 자료가 있으면 계약서가 없어도 미지급 임금·주휴수당·연장수당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시급제 근로자의 주휴수당은 주휴수당 계산기로 주당 금액을 뽑아 두면 청구서 작성이 쉽습니다. 임금채권 소멸시효는 3년이므로 과거 3년치까지 소급됩니다. 회사가 계약서 작성을 계속 미룬다면 그 자체가 신고 사유이며, 고용노동부 민원마당에서 온라인으로 진정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계약서를 검토할 때 세전 연봉만 보지 말고 실제 손에 들어오는 금액을 함께 확인하세요. 같은 연봉 3,600만원이라도 비과세 식대 포함 여부, 12분할·13분할에 따라 월 실수령액이 20만원 이상 차이 납니다. 연봉 실수령액 계산기에 계약서의 월 지급액과 비과세액을 넣으면 4대보험·소득세 공제 후 금액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근거 법령: 근로기준법 제17조(근로조건의 명시)·제19조(근로조건 위반)·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제21조·제22조·제42조(서류 보존)·제48조(임금명세서)·제114조(벌칙),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7조, 최저임금법 제5조(수습 감액). 포괄임금제의 유효 요건과 초과분 청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으로 사안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습니다. 계약서 미교부·임금 미지급 상담은 고용노동부 1350, 계약 조건 해석이 복잡하면 노무사 상담을 권합니다.